2025-02-26
[스마트라이프] "오너셰프, 요리만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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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CJ제일제당 '퀴진케이' 팝업레스토랑 6기 김동현ㆍ김진수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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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의 한식 셰프 양성 프로젝트 퀴진케이(Cuisine. K) 팝업레스토랑 6기
김동현 셰프(왼쪽)와 김진수 셰프./사진=CJ제일제당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오너셰프도 쉽지 않겠구나’하고 느꼈죠.” (‘퀴진케이’ 팝업 레스토랑 6기 김동현·김진수 셰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먹자골목 안 ‘퀴진케이(Cuisine. K)’ 간판을 단 레스토랑 통창 안에서 20대 두 셰프가 바에 앉은 손님에게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좌석이 6개 밖에 없는 작은 식당은 메뉴를 설명하는 두 셰프의 즐거운 목소리로 가득 찼다.

두 셰프는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퀴진케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곳에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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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이노플레이(INNO Play)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한식 셰프 양성 프로젝트
퀴진케이(Cuisine. K) 팝업레스토랑 모습./사진=오진주 기자


CJ제일제당은 지난 2023년부터 퀴진케이를 운영 중이다. 퀴진케이는 CJ제일제당의 한식 셰프 양성 프로젝트다. 젊은 한식 셰프를 발굴해 팝업 레스토랑 운영을 지원하거나 유명 레스토랑에서 실습 경험을 제공한다. 명인을 초대해 식자재를 연구하거나 레시피 개발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다.

퀴진케이는 프랑스의 르꼬르동블루나 일본의 츠지요리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한식 오너셰프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다. 메뉴 기획부터 비즈니스 모델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노하우를 전달한다. 어떻게 운영해야 수익을 남길 수 있는지, 어떻게 홍보해야 손님이 더 오는지 음식 외 레스토랑 운영에 필요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김동현 셰프는 “얼마 전 외식업 마케팅 전문가 수업을 5시간 동안 들었다”며 “새벽시장에 다녀와서 피곤했지만 학창시절 때와 달리 눈이 번쩍 떠졌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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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레스토랑 내부 모습. 바 형태의 6석 소규모로 운영된다./사진=오진주 기자


두 셰프는 ‘네트워킹’을 퀴진케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지금도 강의에서 만났던 셰프들에게 연락해 조언을 듣고 있다.
실제 두 셰프는 3기 팝업을 운영했던 신용우 셰프로부터 퀴진케이에 대해 듣고 참가했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들이 평소 한식에 대해 갖고 있는 철학을 발표하고, 요리에 대한 평가를 받아 퀴진케이에 합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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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레스토랑 6기 메뉴판.
일반 파인 다이닝의 식재료 설명 대신 일러스트를 활용해 동화책처럼 꾸몄다./사진=오진주 기자


심사위원들은 두 셰프가 말하는 ‘한식의 추억’에 에 공감했다. 팝업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메뉴도 심사 때 선보인 두 셰프의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김진수 셰프는 “한식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의 추억에 기반한 음식을 우리만의 스타일로 풀었다”고 심사 때를 떠올렸다.

두 셰프가 내놓는 냉면과 붕어빵은 한국이라면 누구나 추억이 있는 음식이다. 두 셰프가 팀명을 ‘가치(K’arch)’라고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치는 한식(K)과 기억을 잇는다(arch)는 뜻을 담고 있다. 메뉴판도 파인 다이닝에서 주는 글씨만 빼곡한 종이가 아닌 일러스트를 담아 동화책처럼 꾸몄다. 두 셰프의 아이디어다.

외국인들도 의외로 냉면과 붕어빵의 추억에 공감한다. K-콘텐츠 덕분이다. 실제 팝업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 중 30%는 외국인이다.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에는 캐치테이블 글로벌 페이지에 ‘영셰프들이 운영하는 팝업’이라는 글자를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늘었다. 김진수 셰프는 “작년 말 출국 전 한 번 더 다녀간 프랑스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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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레스토랑 6기에서 선보이는 돈설(왼쪽)과 냉면 메뉴./사진=오진주 기자


비주류 재료와 제철 재료도 두 셰프의 ‘시그니처’다. 히든 메뉴로는 돈설(돼지 혀)이 있다. 국밥에서는 조연이었던 돈설을 파인 다이닝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CJ제일제당은 언젠가 두 셰프가 오너셰프로서 ‘글로벌 한식의 얼굴’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퀴진케이 출신인 배요환 셰프가 자신의 레스토랑인 ‘두리(DOORI)’를 열기도 했다.

두 셰프는 이달 팝업 레스토랑을 마친 뒤 두 영국과 일본으로 떠난다.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몸으로 현장을 부딪쳐볼 생각이다. 마지막 날에는 졸업식을 주제로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는 김동현 셰프는 “나중에 오너셰프로 레스토랑을 열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올 봄에는 채소를 이용한 제철 음식을 내놓고 싶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은 김진수 셰프는 “언젠가 뉴욕에 냉면집을 차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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